구스타프클림트-아담과 이브
[어두운 공간...조명을 받은 이브의 몸만이 밝은 빛을 낸다]
'만지고싶다'
처음으로 이 그림을 눈앞에서 봤을 때 저는 이브의 몸을 만지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새하얀 피부 아래로 보이는 청록색과 분홍빛의 색감들이 마치 실제피부인양 그런 느낌을 저에게 줬기 때문이죠.
그녀의 몸을 만졌을 때... 그림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는 체온마저 느껴질 듯했습니다.
상당한 충격이었죠.
실제와 같이 그리려의도한것도 아니고 그림 표현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실제로 저에게 다가 오고 있었으니까요.
본래는 이그림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관심있게 두고본 적은 없습니다.
완벽하게 그려지지도 않은... 그러니까 완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그림은 단순히 완성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를 넘어선 완성이라는 의미자체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미(未)완성이 미(美)완성인가' 하는 것 말이죠.
클림트가 그린 아담과 이브...
많은 화가들이 또 그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 속에서 이브는 뱀에 꼬임에 넘어가서는 아담을 죄악의 길로 끌어들이는 요부로 묘사되었습니다. 물론 성서적으로 보고 해석을 하자면 정말 순수했고 무지했기 때문에... 그리고 판도라가 호기심이 넘쳤던 것처럼 단순히 우매한 여성으로밖에 묘사되어있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화가들이 이 이브를 팜므파탈적으로 바꾸어 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판도라가 열지말아야할 상자를 열면서 온세상에 재앙이 퍼졌듯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인해서 남자들은 하루온종일 땀으로 노력해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 진 것이고 여자들은 출산의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것입니다.
즉 우리가 이렇게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인 이브를 단순히 우매한 여성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팜므파탈적인 요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어떻게보면 통쾌(?)한 일이었던 것이죠.
따라서 많은 화가들이 이브를 요부, 요녀와 같은 요소를 부각시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종교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원죄와 타락의 그 순간을 이브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문화적인 암흑기라고 일컫어 지는 중세시대를 지나 종교적인 억압에서 벗어난 시점이 르네상스에서는 이런 요소와 표현의 방법들이 너무 매력적이었을 테지요.
따라서 많은 화가들이 이브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가들이나 일반적인 이브라하면 그 이브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그리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다시말해 사탄... 성경에서는 뱀에꼬임에 넘어가는 순간, 그 행위에 초점을 맞툰다거나 아니면 자신이 먹은 선악과를 아담에게 전해주는 순간과 행위의 이브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떻게보면 인류 최초의 여자이자 순수함으로 대변되던 이브의 잘못된 선택과 탐욕을 미술가적인 입장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 그림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클림트는 아담과 이브릐 스토리(?)에서 이브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이브에게만 집중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브의 행위보다는 여성으로서의 매력, 그 매력을 넘어서 한남자와 인류를 파멸로까지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림에는 뱀도 없고 선악과도 없습니다. 기타 다른 이브를 주제로 한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가벗은 이브만 있을 뿐입니다. 우유빛 피부에 고개만 살짝 기울이고는 저를 유혹하듯 내려다보고 있죠.
붉게 상기되어 있는 볼은 그녀로 하여금 강한 에로티시즘을 느끼게 합니다. 나아가 살짝 웃고있는 그녀는 묘한 신비감마저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을 하면 더없이 순수하게보이는 이브는 그녀의 눈빛하나 몸짓하나로 저를 유혹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초에 생각따윈 없었고 밀당을 하려는 의도도 없었던 것처럼...
혹은 이미 이브에게 빠져들어 더이상의 반항은(?) 할 생각도 없는것처럼 그냥 그렇게 두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습니다.
무기력.... 아담의 현재심리상태나 그 아담을 보는 저희들의 심리상태는 무기력입니다.
다른말로 죽음... 무엇을 하고자하는 의지도 희망도 보이지않는 무기력은 죽음입니다.
머지않아 제가 느낄 수도 있는 감정... 모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빠졌을 때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
그런 감정이 환하게 저를 유혹하는 이브의 뒤쪽으로 상반되게 표현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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